커피숍을 내고 싶다고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
내가 창업컨설팅을 주 업무로 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오랫동안 상가건물이나 오피스빌딩 위주의 부동산 자산관리를 해왔고
경영전략 컨설팅 업계에 몸담았던 적도 있기에,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창업에 대한 컨설팅 요청을 심심치 않게 받곤 한다.
일반적으로 창업컨설팅을 받는다고 하면 컨설턴트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어떤 업종이냐’, ‘예산이 얼마냐’, ‘어느 지역을 찾느냐’라는 질문,
상권에 대한 일반적인 상권자료 그리고 매물 위주의 브리핑을 받는 것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과연 이 입지가 창업자가 하려는 사업에 적절한 지 고민을 하긴 했는지,
옆에서 지켜보면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상가점포와 입지를 이해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아주 유용한,
하지만 학교나 책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3가지 종류의 업종’이 있다.
첫 번째는 소위 ‘깃털’ 업종이다.
이 업종의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목적성은 소위 깃털과 같이 가볍기 그지없다.
그 점포를 방문 하는 고객의 목적성은,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커피숍이나 김밥집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
'깃털' 업종에 대한 고객의 목적성을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내가 지지난 주 월요일인가 화요일인가 점심때에 너무 바빠서,
근처에 있던 김밥천국인가 김밥나라인가에서 그냥 김밥을 사먹었는데”라고 말하는
바로 그 고객의 김밥집에 대한 목적성이다.
두 번째는 소위 ‘나무’ 업종이다.
이 업종의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목적성은 약간씩 상황에 따라
갈대처럼 또는 수목처럼 흔들리긴 하지만,
바람이 크게 불지 않는 한 (다른 큰 대안을 떠올리지 않는 한)
그곳을 물어서 찾아가는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다.
예를 들어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 이국적인 인도 음식점, 퓨전 차이니즈 주점,
유명한 대창구이집에 대한 고객의 목적성을 말하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지도와 연락처를 찾아보거나 전화를 직접 해서 그곳을 찾아가는,
소위 고객의 목적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업종을 말한다.
세 번째는 소위 ‘바위’업종이다.
이 업종의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의 목적성은 지극히 강해서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에,
아무리 찾기 힘들어도 물어서라도 결국은 찾아가는 업종을 가리킨다.
유명전자제품 서비스센터나 우체국, 혈액투석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깃털업종은 입지적인 면에서 유동인구의 주동선 위에 있지 않으면 급격히 매출이 감소한다.
이에 반해 나무업종은 깃털업종에 비해 좀 입지조건이 느슨하다.
주동선 위에 반드시 있지 않아도 되며,
그 동선에서 점포나 간판의 가시성 그리고 접근성만 확보되면 출점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입지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적기에,
비싼 권리금을 내고 주동선 상에 입점하면 오히려 영업이익이 더 감소할 수도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 번째 바위업종은 사실상 입지에 대한 의존도나 관심이 거의 없고,
따라서 입지적으로 좋은 곳에 입점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부동산자산관리를 하다 보면,
같은 점포에서 같은 업종을 여러 명의 임차인이 영위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장사를 잘한다고 하는 임차인들은
입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사업전략을 설정했었다.
'깃털' 입지가 비싸서 출점이 부담스러웠던 음식점은
깃털과 나무 중간 정도의 입지에서 자기만의 단골고객들을 확보하고,
기업 고객들을 관리하고, 분위기를 독특한 분위기로 만들고
그리고 자기만의 차별화되고 중독성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을 통해서
고객의 목적성이 깃털보다는 나무에 가까워지게끔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성공적으로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입지 뿐 아니라
상품/서비스 메뉴, 홍보방법, 인테리어 등 심혈을 기울일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고객의 목적성에 대한 고민,
깃털에서 나무로 바꿀 수 있는 차별화포인트에 대한 고민은
초기투자를 좌지우지하는 입지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