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권리금 회수기회보장’에 대한 법제화가 통과된 후,
법의 취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지는 분위기인 것 같다.
‘상가 권리금 회수기회보장’은 권리금 수수관행이 굳어진 상가 양수도 거래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부당하게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권리금 관행과 실무를 들여다보면 이는 그리 단순한 이슈가 아니다.
특히 무분별한 기사와 스토리가 넘쳐나고 있어,
오랫동안 부동산자산관리업을 해 온 사람으로서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도 상가 양수도를 둘러싼 실제 권리금 관행과 실무에 대한 논의가
이성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량한 임차인은 임차인대로,
선량한 임대인은 임대인대로 불안해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 번째 문제점은 바로 권리금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권리금을 지급하고 임차인의 지위를 승계했는데 만일 그 권리금이 부풀려진 것이었다면,
당연히 전임차인(권리금 수령인)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또한 새롭게 내부시설투자가 있었는데 시설에 대한 가치가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면,
그 투자를 결정하고 실시한 임차인 본인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상가 양수도를 할 때는 권리금 수수로 이익을 본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신규임차인이 지출한 권리금과 시설투자비(수익적 지출이 아닌 자본적 지출)의 ‘거품’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실종된 상태이기에 마음이 불편할 따름이다.
임대인을 배제하고 이루어지는 권리금 수수관행과 내부시설투자관행을 생각할 때,
임대인에게 무조건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하기보다는
거품이 낀 권리금을 부당하게 수수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권리금 평가방법의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무를 하다보면 본인상가 권리금을 터무니없이 높여 부르는 임차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임차인에게 산정기준을 물어보면,
과거에 자신이 제안 받았던 권리금 금액이나 인근에서 제일 높게 거래된 금액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 양수도를 전문으로 하는 창업컨설팅 업체나 중개법인의 경우에는
물건 확보 차원에서 권리금을 높게 불러서 관계를 트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이 제안한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부 인테리어나 시설이 새것처럼 상태가 좋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좋다거나
임대조건이 인근보다 많이 저렴해서 고액으로 거래된 예외적인 사례를,
일반적인 것이라 생각하고 당연시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권리금의 종류에 따라 해결방법도 달라져야 하는데,
정작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권리금은 통상 바닥권리금(바닥피),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그리고 기타권리금(영업허가권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점포의 우월한 입지조건으로 인해 발생되는 바닥권리금의 경우,
임차인의 영업이나 노력 그리고 시설투자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임대조건 상향조정 등을 통해서
상가 소유주에게 귀속되어야 하는 권리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영업권리금의 경우, 지금껏 편법과 조작이 가장 많이 이루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매출집계가 불투명하고 지속가능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
그리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임차인의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가장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시설권리금과 기타권리금(예: 영업허가 등)의 경우,
명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기심, 소통 거부
그리고 시설권리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의 부재 등등 사유도 다양하다.
그런데 정작 그에 대한 해결방안은 제대로 논의도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리한 요청을 하는 임대인에 대한 권리 제한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임대인 중에는 명도를 하고 난 뒤에 동종업종으로 재임대하며 시설권리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고,
신규시설투자를 뻔히 알면서도 이에 대한 권리금 회수기회 제공이나 정당한 보상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무리한 요청을 하는 임차인에 대한 권리 제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과는 다른 업종으로 양수도를 요구하는 임차인,
인근시세에 맞지 않는 임대조건을 요청하는 임차인,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의로 인테리어공사 진행 후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임차인,
공용공간을 임대인 동의 없이 임의 사용하는 임차인,
천막이나 가건물 등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공용공간 활용을 고집하는 임차인 등등
상식적으로도 무리한 요청을 하는 임차인이 의외로 많은 상황이다.
이제는 언론에서도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균형을 잡아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