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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12-13 10:43
[김유석의 부동산자산관리] 얼버무리는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8  
   https://blog.naver.com/loverems/223539024250 [59]
경제학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에 ‘합리적 인간’ 이라는 가정이 있다. 
거래 당사자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기적으로(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되면 
시장 전체가 결국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이다.

​물론 행동경제학에서는 이 ‘합리적 인간’ 가정을 의심하고 부정하면서 이론을 전개하고 있지만, 
평소 비합리적으로 일반 재화를 소비하던 사람들마저도
특히 상가 임대차 거래에 있어서는 평소와 달리(?) 각자 합리적인 인간으로 변신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힘들 듯 하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하되,
상대방에게 이를 확인하지 않고 얼버무리려고 하는 관행에서 발생되곤 한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하는 공인 출신 건물주들의 소위 ‘갑질’ 사례를
부동산 자산관리업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과거 경험들과 상념들을 떠올리게 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많이 알아보고 조언을 듣고 상가 임대차계약을 했을 텐데, 
임대인과 임차인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를 대비해서 계약서라는 것도 썼을 텐데, 
계약서 작성 시 옆에서 대가를 받고 계약특약문구를 포함해서 도와준 이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 
그리고 서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 분명 언어적인 또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들이 있었을 텐데….

​서로 갈등이 있는 임대인과 임차인을 접할 때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욕심과 탐욕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부동산 자산관리업을 해온 입장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임대차 계약조건의 애매모호함 그리고 상가 임대차 이해도가 부족한 일부 중개인들이나 관리인들이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중개인, 관리인, 대리인)이 임대차계약이 깨질까 봐 
얼버무리고 모른 척하는 갈등의 불씨 몇 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첫 번째 불씨는 바로 계약기간을 초과한 약속이나 합의를 들 수 있다. 
가령 ‘계약기간이 만료되어도 몇 년간 재계약을 보장한다
(임대조건 변동에 대한 합의나 언급 없이)’고 하는 사례가 전형적이다. 
보증금이 차임연체와 계약만료 시 원상복구예상비용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면 
차라리 장기계약을 하는 것이 서로 제일 깔끔할 것이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선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장기계약을 안 하더라도,
적어도 쌍방이 고민하지 않고 자동으로 재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는 최소 계약조건
(업종은 그대로 동일하게 유지하는 조건, 보증금이나 차임의 조정시기와 조정금액, 
몇 개월분 이상의 연체가 없었어야 재계약이 이루어진다는 조건 등)에 대한 언급을 
계약에 명시해야 깔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차실무에서는
서로 눈치만 보다가 얼버무리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중에 건물주가 바뀌거나 건물주와 재계약조건이 합의되지 않는 경우, 
그 책임과 갈등은 그대로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돌아온다.

두 번째 불씨는 임대차계약에서 ‘비금전적인 임대조건’에 대한 무관심 또는 회피를 들 수 있다. 
계약 만료 시 원상복구기준이 단순히 내부 인테리어 철거뿐만이 아니라 
원래상태로 복구/회복시키는 것까지라면,
그만큼 금전적 임대조건(보증금, 차임 그리고 관리비 등)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시설관리 및 보수를 임차인이 알아서 하는 조건이라면, 
차임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향후 몇 년간 계약갱신이나 양수도를 서면합의에 의해 보장해줄 수 없다던가 
또는 공용공간의 사용허용범위(간판의 허용 개수와 형태, 임차 공간 전면 부지 활용가능성, 
공용공간에 야적 등 사용가능성 등)가 적다던가 하면, 
아무래도 금전적인 임대조건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본인들도, 주위 부동산 중개업자도 그리고 관리소장들도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얼버무린다. 
이야기가 깊어지면 차임을 임대인이 올리겠다고 할까봐... 
차임을 낮춰달라고 임차인이 요구할까봐... 
계약이 깨질까봐...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때 가서 합의하면 된다고... 
그러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이라면, 
부동산 중개업자나 관리소장의 말에만 의지하지 말고 
반드시 서면 계약을 통해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불씨는 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쌍방 간 의무 준수여부를 들 수 있다. 
계속 차임 연체를 하면서 이를 얼버무리는 임차인, 
합의된 것과 다르게 공용공간(외벽, 주차공간, 복도, 점포 전면 부지 등)을 확대사용하면서 
이를 당연시하는 임차인, 
계속 건물수선의무를 이유없이 늦추면서 얼버무리는 임대인, 
임차인과의 정식 구두합의나 허용에 대해 고의로 얼버무리고 건물을 매도하는 건물주들로 인해 
한 배를 타야 할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등돌리고 나중에 갈등으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까지 임대인이나 임차인과 상담을 해보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 중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탐욕이나 욕심으로 인한 경우는 
겉으로 드러난 것의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됐고,
오히려 서로 얼버무리는 바람에 생긴 결과인 경우가 더 많았다. 
임대차관리에 있어서 계약조건에 대한 더 솔직한 상호소통은 
향후 갈등의 불씨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예방책이 아닐까 하는, 
너무나 상식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생각을 해본다.